전체 글(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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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란 무엇인가
시간은 무자비하게 흘러간다. 책상위에 달력 몇 장이 넘어갔을 뿐인 것 같은데, 나는 어느새 24살, '20대 중반'이라는 묵직한 꼬리표가 붙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노르웨이의 숲』을 읽으며 맡았던 그 짙고 서늘한 가을 냄새. 삶의 한가운데서도 죽음의 기운이 훅 끼쳐올 때가 있다. 바스라지는 마른 낙엽처럼, 내가 살아 숨 쉬며 살아가는 삶의 매 순간순간 역시 찰나의 스침과 동시에 '과거'라는 이름으로 끝을 맞이하고 있다.그 흐름의 잔혹함은 내가 열광했던 문화와 우상들의 노화에서 가장 소름 돋게 다가온다. 상업 영화의 최정점을 찍으며 전 세계에 거대한 자본주의적 제국을 건설한 마블, 그 중심에서 2010년대를 완벽하게 지배했던 '아이언맨'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결국 수트를 벗고 노년에 접어들었다. '..
2026.03.29 -
낙태
최근 한 ‘낙태 브이로그’를 올린 여성에게 검찰이 징역 6년을 구형했다는 뉴스를 접했다. 임신 36주 차, 자궁 밖에서도 생존이 가능한 시점의 태아를 죽음에 이르게 했다는 사실은 사회적 이슈를 낳았고, 법정에서 “아이를 키울 자신이 없었다”며 고개를 숙인 산모의 진술은 비난과 탄식을 동시에 불러일으켰다.이 사건은 개인의 범죄 여부를 넘어, 우리에게 보다 근원적인 질문을 던진다. "인간 생명의 시작점은 어디이며, 그 정의를 내릴 권한은 누구에게 있는가?"지금까지 낙태는 ‘여성의 선택권’과 ‘태아의 생명권’ 사이의 대립으로만 이야기되어 왔다. 하지만 36주라는 구체적인 숫자는 그 이분법적 논리를 무색하게 만든다. 이는 단순히 권리끼리 부딪히는 문제가 아니라, ‘누가 생명을 결정할 권한을 가지는가’라는 싸움이..
2026.02.05 -
인류세를 만든 10가지 변곡점, 문명은 어떻게 진화했는가
책을 읽다 인류세라는 단어를 발견했다.인류세? 지방세, 소득세, 상속세, 부가가치세.. 이런 세금(稅金)을 칭하는건가?그럼 인류라면 지구한테 내는 세금?아니다..'인류세'라는 말은 2000년, 노벨 화학상 수상자인 파울 크뤼천(Paul Crutzen)이 처음 제안한 용어다. 이 단어는 두 가지 그리스어 어원의 결합이다. Anthropocene (인류세) = Anthropo- (인간) + -cene (새로움/시대)Anthropo- (인간): '인류'를 뜻하는 그리스어 Anthropos에서 왔다. 인류학(Anthropology) 할 때 그 단어다.-cene (시대): '새롭다'는 뜻의 그리스어 Kainos에서 유래했다. 지질학에서 '세(Epoch)'를 구분할 때 접미사로 쓴다. (예: 플라이스토세, 홀로세)..
2026.01.19 -
현대 사회에서 커뮤니티는 어떤 공간이 되었는가
커뮤니티가 무엇인지 궁금해져 한 번 찾아본 뒤, 이 글을 작성하게 되었다.내 생각을 담아 작성한거라 두서 없는 내용이라 글이 난잡할텐데, 어쩔 수 없다.. 커뮤니티는 공통의 관심사를 바탕으로 형성된 사회적 모임이다.정보를 나누고 정서적 유대를 형성하는 이곳은 오늘날 주요한 여론 형성의 통로가 되고 있다.특히 다양한 사회적 쟁점이 모이는 장으로서 현대 민주주의의 새로운 공론장으로 기대를 모으기도 했다. 이러한 지점에서 고대 그리스의 아고라는 공동체의 규범적 모델로 자주 소환된다.아고라는 시민들이 공동체의 문제를 논의하며 도덕적 책임을 공유했던 상징적 공간이었다.물론 실제 역사 속의 아고라는 특정 계층에 한정되었다는 한계가 있으나, 적어도 시민 사회의 규범적 측면에서 발언과 책임이 결합한 구조로 기능했다고..
2026.01.10 -
축음기, 영화, 타자기
축음기, 영화, 타자기를 읽고.축음기는 녹음한 소리를 재생하는 장치이다.영화는 일정한 의미를 갖고 움직이는 대상을 촬영하여 영사기로 영사막에 재현하는 것이다.타자기는 손가락으로 글자판의 키를 눌러 종이에 글자를 찍는 기계이다.이 세 가지 기술에는 무슨 공통점이 있을까?책에서 말하기를 인간의 기억과 기록 방식을 기계적으로 변환하며, 감각의 저장과 재현을 가능케 만든 장본인들이다.이 매체들을 무슨 이유로 키틀러는 하나의 책으로 묶어 냈을까?그 이유는 세 가지 기술은 단순히 과거에 나타난 새로운 기술이 아닌, 인간이 기억을 저장하고 공유하는 방식 자체를 바꿔놓은 아예 새로운 시대로의 전환을 열었기 때문이다.과거에는 기록이 문자 중심이었다. 하지만, 이 세 가지 기술들의 등장으로 소리와 영상도 기록될 수 있게 ..
2025.02.08 -
그릿
그릿을 읽고..그릿, 아비투스, 도파민. 이것에 초점을 두어서 얘기를 해야 될 것 같다.내가 그릿이란 단어에 관심이 가기 시작했을 때는 아비투스란 책을 읽었을 때이다. 그전부터 알고 있긴 했지만, 자기 계발서에 불과한 서적이라고 생각했다.본디 나는 자기 계발 서적이라 하면은 불쾌한 감정이 먼저 나섰다. 나는 문학을 사랑하고, 이에 반대되는 성격을 가진 책들을 본디 좋아하지 않았다.자신의 열정을 쏟으며 운동하고 책 읽고, 자기가 관심 있는 분야의 공부를 하면 그게 자기 계발이지 굳이 그걸 도와주는 책을 읽어야 할까?어린 나이가 아닌 이제는 두 발 자전거를 탈 나이를 먹었다고 생각했다. 그런 책들을 마치 어릴 적 타던 자전거에 달린 보조바퀴처럼 생각했기에 불필요한 도움을 주는 10대를 지나고 이젠 20대에 ..
2025.02.04